[신앙컬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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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에 자리를 잡고 산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 가운데 한 도시에서 가장 오래 산 곳이 이곳이 되었습니다. 한 도시에 20년이 넘도록 산 것이 이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편안하기도 합니다. 익숙함에 편안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편안함은 만나는 사람들과의 삶 속에서 쌓여진 신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신뢰입니다. 신뢰란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신뢰할만한 나라, 신뢰할만한 사람이 되는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사업을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될 수는 있지만 신뢰는 하루 아침에 쌓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나를 믿어주라고 해도 이런 신뢰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신뢰가 되지 않습니다.

신뢰할만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즉 예측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은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자기 마음대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게 합니다. 그럴 때 마음이 안정되고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대로 말을 바꾼다면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예수님이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분이 신뢰할만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분이 변하지 않기 떄문입니다. 그 분은 아침에 해가 뜨듯 일정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그 분을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습니다.

신뢰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한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비행기를 운행하는 조종사가 사람이 좋고 친절하고 더할 나위 없는데 비행기 착륙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면 그 조종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의사가 인격적이고 좋은 사람인데 정작 수술을 잘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의사를 신뢰하고 자신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신뢰하기 위해서는 성품이 중요합니다. 성품은 그의 됨됨이 Integrity 입니다.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수십년에 걸쳐 수고하고 공부하여 높은 지위에 올라갔지만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신문에서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성품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신뢰하는 말은 편안함이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믿을 때 편안해집니다. 신뢰하는 사람은 자꾸 만나고 싶고 만나면 반갑습니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같이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만날수록 편안한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신뢰의 관계가 만들어질 때 인생의 긴 여정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뢰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나의 일상 속에서 이 사람이 신뢰할만한 사람인가? 그러지 않은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켜본 다음 신뢰할만 하다고 생각이 되면 마음을 열 것입니다. 그 때부터 사업도 열리게 될 것입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매일 매일에 성실함과 유능함으로 인정을 받는데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더 신뢰할만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시드니신학대학 천용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