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컬럼] “강한 사람”

593

오래 전 개그콘서트에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때 유행했던 말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었습니다.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고?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

“첫사랑 기억하니? 그럼 다섯 번째는? 첫사랑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차에서 누가 술 값 냈어? 그럼 4차는? 1차 낸 사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등으로 웃음과 공감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1등만을 기억하고 1등만을 최고로 인정하는 1등주의에 젖어 있습니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사람들은 영웅처럼 대하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 아니면 비인기 종목의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들은 관심 밖입니다.

따지고 보면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100미터 달리기의 경우 0.01초의 근소한 차이입니다. 이것에 따라 1등과 2등이 나뉘게 됩니다. 물론 1등한 사람을 알아주고 그의 성과와 노력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1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주연급 조연들입니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이런 명품 조연들이 없다면 주연들이 빛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도 제 1바이올린보다 제 2바이올린을 뽑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제 1바이올린과 실력이 비슷한 제 2바이올린 연주자가 1바이올린을 받쳐 줄 수 있는 겸손이 있기 때문입니다.

헬퍼는 리더보다 더 부족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조연은 주연보다 더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아담을 맨 나중에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아담을 도울 하와를 창조하셨습니다. 하와는 아담의 돕는 베필이었습니다. 요즘 말로하면 헬퍼였던 것입니다. 아담 혼자서 사는 것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혼해서 살다보니 아내의 조언과 충고 때문에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고, 그것을 무시했다가 손해보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남편이 비록 가장일지라도 아내는 돕는 베필로 헬퍼입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열등한 존재가 아닙니다. 열등하다면 도울 수 없습니다. 더 나은 존재이기 때문에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아담과 하와 서로가 돕고 의지하는 헬퍼가 되어야 합니다.

가끔 아내의 충고와 조언이 귀에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그 말이 좋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또 말의 의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듣기가 싫습니다. 남편도 아내에게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남편은 ‘남의 편’이다고도 합니다.

헬퍼의 역할은 사실 사람에게 맞추어 돕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맞추어 돕습니다. 무조건 사람을 격려하고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얼굴붉히기 싫어서 가는대로 따라가다가 잘못되면 둘다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듣기 싫어도 옳은 말을 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좋은 헬퍼입니다. 사실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아내나 남편이 아니면 누가 해주겠습니까!

좋은 헬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헬퍼가 되십시오. 곁길로 가지 않도록 붙잡아 주십시오. 떨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십시오. 명품 조연의 기쁨은 따로 있습니다.

[시드니신학대학 천용석 교수]